나는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마신다

후쿠오카 카페투어 (2) - ©Connec+Coffee 커넥트 커피 본문

내맘대로 카페 투어

후쿠오카 카페투어 (2) - ©Connec+Coffee 커넥트 커피

BACS ROASTERY COMPANY 2019. 12. 14. 15:15

REC Coffee를 뒤로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다행스럽게 이곳 후쿠오카에 라떼아트 장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이 있다.

 

"©Conec+Coffee" 커피로 세상을 연결하고자하는 주인장의 철학이 보인다. 

 커피로 큰 돈 벌기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세상에 투영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커피매니아들 처럼 이곳도 쉽게 찾을 수 없는 한적하고 외진길 한 쪽에 자리하고 있다.

 

다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문앞에 오래되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한  라마르조꼬 리네아클래식 머신과 그위에 장식된 원두 봉투가 우릴 맞이한다.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하지만 늘 놀라운 광경으로 다가오는, 이런 외진 장소에 가득한 손님이라니? 참 대단한 주인장에 대단한 손님 들이다. 어찌 알고 이렇게 찾아들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실소가 터진다. 하긴 우리도 그 먼 한국 땅에서 이곳까지 꾸역꾸역 찾아오지 않았던가? 재미난 세상이다. 

 

DP되어있는 리네아. 사용하진 않는 듯 하다.

몸을 안쪽으로 움직여 둘러보니 한쪽 구석에 작지만 나름 당차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로스팅기가 보인다.

 

아~ 이곳은 주인장이 직접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친다.  자세히 보니 럭키 본막 1Kg짜리 인듯하다.  일본 직화식 커피 본연의 맛을 볼수 있겠군 하는 기대감이 주는 기분좋은 설레임이 즐겁다. 

 

일찍이 커피공부를 시작할때 소형 로스팅기인 이따로와 칼리타 드립에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으니 오래전 헤어져 잊혀진 옛 애인이라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정갈하게 잘 관리된 머신이 주인장의 세심하고도 정성어린 마음을 말하는듯 하다.

 

천천히 매장안으로 들어가 빈 좌석을 찾아 지친 몸을 의지한다.  이젠 아무래도 오래 걷는게  쉽진 않은가 보다.  그리 편한 의자는 아니이지만 세상 어느 소파보다도 편안한 안락함을 선사한다. 

 

메뉴판을 보고 몇가지 음료를 시켜본다. 

 

첫번째는 무조건 라떼~  이집 주인장이 라떼아트 수상자 아닌가?  아마도 본막 직화식 로스팅기로 약간은 다크하고 스모키하게 볶아논 커피로 멋진 명화를 선물 받으리라 하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다음 메뉴는 음...재미난 메뉴이다.  대충 짐작은 가지만 매장에서 시음해보기는 처음이다. "에스프레소 토닉" 시원하고 청량감있는 맛이 지친 몸과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식혀주리리가 기대해본다.   이것저것 메뉴를 주문하고 매장 안을 천천히 둘러본다. 

 

카운터 앞에 주인장의 이력을 자랑하는 몇개의 트로피가 조명을 받아 주인장의 맑고 열정에 가득찬 눈빛처럼 반짝이고 있다. 흡사 "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입니다. 하는 몸짓으로 서있다.

 

나즈막히 울리는 기분좋은 재즈의 울림에 고개를 뒤로하고 벽면을 바라보니 다소 오래된  JBL4311시스템이 보인다. 소박하지만 무엇보다 재즈와 어울리는 녀석이다.  

 

일본 사람들이 재즈와 JBL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있기에 그리 낯설지가 않다. 이곳 매장 분위기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소박한 오디오 시스템 옆으로 각종 커피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인테리어적으로도 아주 훌륭이 매칭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잠시 익숙한 멜로디의 Jazz선율에 몸을 맡기고 있는 동안 주문한 음료가 테이블위로 그 모습을 보인다. 


우~~ 이거 굉장한걸~~  감탄사가 절로나온다.

한마리 백조가 바로 날아갈 듯이 우아하지만 역동적인 모습으로 커피 잔 안에 자리하고 있다. 

 

입을 대기가 차마 부담스러워 진다.  어떡하지?  잠시 라떼를 앞에두고 고민하는 순간, "괜찮아요..나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라는 백조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하다  조심스럽게 커피잔을 들어 백조와 수줍은 입맞춤한다.

 

진하다. 

 

쌉싸름한 직화식 특유의 스모키한 커피향이 입안으로 들어온다. 블랙스완 맛이다. 아트는 흰 백조지만 몸안으로 들어와서는 이내 묵직한 검은 백조의 모습으로 힘찬 날개짓을 한다. 

 

사실 요즈음의 스페셜티로 만드는 플랫화이트나 피콜로 같은 라떼류의 트렌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맛이라 생각한다.  커피의 우아한 산미와 고소하고 벨벳처럼 부드럽지만 입안에 꽉차는 밀도감있는 우유가 만나서 선물하는 그런 라떼맛과는 조금 다르다.

 

하긴 이런 멋진 그림을 그려내려면 요즈음의 라이트 로스팅으로는 어려울 듯 하다.  맛을 떠나서 눈으로 충분히 맛을 맛볼수 있으니 충분히 색다른 즐거움이다. 굉장한 경험이다. 이것을 만들어내는 바리스타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 

 

됐다.

 

이곳은 이것으로 됬다.  이 경험이면 충분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 여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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