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마신다

알맞는 커피 추출 시간이란 무엇일까? 본문

커피, 제대로 즐기자/추출 가이드 시리즈

알맞는 커피 추출 시간이란 무엇일까?

BACS ROASTERY COMPANY 2020. 3. 22. 17:11

 

• 맛있게 커피 내리는 법 ,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집에서 내리는 커피도 맛있게

•추출 시간은 커피 맛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잘 지내셨나요?

커피를 전문가처럼 추출해보는 추출 가이드 시리즈 시간입니다. 요즘엔 코로나 19 때문에 카페에 편하게 놀러 가기도 힘들죠. 이럴 때는 나가지 말고 집에서 맛있게 커피를 내려 봅시다. 너무 오랜만의 포스팅이라 살짝 어색한 느낌도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기다리셨을 거라 생각하고 빨리 시작해보겠습니다.

 

저번 시간에는 커피 추출에 있어서 농도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전 글 바로보기: 커피, 제대로 즐기자 / 추출 가이드 시리즈 (3) - 커피 농도는 맛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저번 포스팅 말미에 말씀드린 것처럼, 커피의 농도를 높이기 위해선

 

1) 커피를 더 많이 담거나

2) 물을 적게 부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둘 모두 효율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1번 방법을 쓸 경우, 양은 한 잔 분량밖에 나오지 않지만 원두를 많이 소모해야 하고, 2번 방법은 한 잔 분량의 커피가 나오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원두와 물의 양은 유지한 채 더 진하고 맛이 풍부한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방법은 바로 커피와 물의 접촉시간, 즉 추출 시간을 컨트롤 함에 있습니다.

 

가늘기(분쇄도)가 다른 커피 / 이미지출처: 구글

추출시간은 커피에 물을 부어 내리기 시작할 때부터 다 내려질 때까지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추출 시간은 커피 레시피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커피를 내려 마실 때 원두를 그라인더로 가늘게 갈아 내려 마십니다. 왜일까요? 뜨거운 물에 원두 알을 갈지 않은 상태로 넣어 본다고 생각해보세요. 커피가 전혀 추출되지 않을 것입니다.

 

커피 원두, 커피의 조직은 생각이상으로 단단하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물이 쉽게 커피 원두 속에 침투해 커피 성분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라인더로 가늘게 갈아 표면적을 늘림으로써 물의 침투를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죠.

 

커피를 분쇄할 때마다 물이 커피 성분을 가져오기 쉬운 커피의 표면적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더더욱 가늘게 분쇄할수록 표면적이 훨씬 많이 늘어난다는 뜻이죠. 그렇기 때문에 물은 더 오랜 시간 동안 커피와 접촉해 성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커피를 드리퍼나 에스프레소 포타필터에 담았을 때의 밀도 또한 달라집니다. 

 

이미지출처: 구글

같은 모양의 파이프 두개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파이프 하나에는 고운 모래와 진흙이 들어있고, 나머지 하나에는 두꺼운 돌멩이와 자갈이 들어 있습니다. 두 개의 파이프에 물을 흘려보내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더 물이 빨리 흐를까요?

 

정답은 당연히 후자입니다. 입자가 가는 모래와 짆륵으로 채워져 있는 파이프는 그만큼 관 속의 밀도가 높고 빽빽하기 때문에 물이 쉽게 흐르지 못하고, 중간중간 듬성듬성하고 밀도가 낮은 파이프는 물이 그만큼 흐르기 쉽겠죠. 커피 추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커피의 양 물의 양 분쇄도 추출시간
A 10g 100g 가늘게 2분 B보다 진하고, 풍부한 맛
B 10g 100g 굵게 1분 A에 비해 연하고, 풍부하지 않은 맛

 

위 표를 같이 보도록 하죠. 두 개의 레시피를 준비했습니다. 사용하는 커피의 양과 물의 양은 동일하게 설정하고, 분쇄도만 달리했습니다. 보이는 결과와도 같이, 같은 커피를 같은 양 사용했고 물의 양 또한 동일하게 부었지만 추출 시간과 맛에서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A는 커피를 가늘게 분쇄했기 때문에 물이 커피하고 접촉하고 있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습니다. 가늘게 분쇄함으로써 더 고운 입자들과 더 넓은 표면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물이 커피 성분을 더 많이 가져오느라 다 내려지기까지의 추출 시간이 길어졌고, 커피 성분을 더 많이 가져온 만큼 더 진하고 풍부한 맛을 얻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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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한번 더 생각해봐야 될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잘 따라오신 분이라면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생기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질문 1. 가늘게 분쇄해 커피가 맛있어졌다면, 최대한 가늘게 분쇄해서 내리면 되지 않을까?

 

커피를 가늘게 분쇄할수록 물이 접촉해서 커피 성분을 가져올 수 있는 표면적을 늘리게되고, 그에따라 커피성분을 더 많이 뽑아낼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실제로 추출할 때의 양상은 전혀 다릅니다. 

 

가는 입자로 꽉막혀버린 파이프는 물이 흐르기 쉽지 않습니다.                    이미지출처:구글

위 그림과 같이 물과 같은 유체가 흐를 때 밀도가 너무 높아져 버리면 물이 흐르기 쉽지 않습니다. 커피를 추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리퍼에 물을 부을 때의 물이 커피와 접촉하며 내려가는 힘은 오로지 중력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쉽게 흐르지 않습니다. 커피 성분을 더 많이 가져오라고 분쇄를 가늘게 했는데, 오히려 꽉 막혀 분쇄된 커피 입자와 물이 접촉하질 않는 거죠. 오히려 드리퍼에 담긴 커피 입자 중 밀도가 낮은 쪽으로만 물이 흘러 커피 성분이 골고루 추출되지 않게 됩니다.

 

두 개의 레시피가 있습니다.

  커피의 양 물의 양 분쇄도 추출시간
A 10g 100g 가늘게 2분 마시기에 적당히 진하고 풍부한 맛. 목넘기 또한 매우 깔끔하다.
B 10g 100g A보다  더 가늘게 4분 색은 진해보이지만 생각보다 진하지 않다. 또한 맛이 매우 쓰고 텁텁하다.

A, B 두 레시피 모두 같은 양의 커피와 같은 양의 물을 사용했습니다. 단지 분쇄도만 차이를 줬는데, B 레시피는 원두를 매우 가늘게 분쇄해 물이 다 내려가기까지의 추출 시간이 무려 4분이나 걸렸습니다. 맛을 확인해보니 더 진하고 맛있을 줄 알았던 B 커피는 매우 쓰고 텁텁해졌습니다. 왜일까요?

 

분쇄도를 너무 가늘게 한 B 커피는 물을 부어도 제대로 흐르지 않아 되려 커피 성분을 추출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그 와중에 밀도가 낮은 쪽으로만 흘러 같은 커피 입자만 계속 추출해 불쾌하고 안 좋은 맛이 나와버린 것이죠. 

 

물이 커피 입자와 만나 추출되는 커피 성분은 초반에 추출되는 성분과 후반에 추출되는 성분이 다릅니다. 각각의 성분이 물 안에 용해되는 시간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를 맛있게 추출하기 위해서는 물이 모든 입자에 골고루, 같은 시간 동안 접촉해 최대한 균일하게 추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균일하게 추출하지 못하면, 커피는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의문점이 떠오릅니다.

 

질문 2.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가늘게 해야 합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맛이 없어질 때까지 가늘게 분쇄하여 커피를 추출해보고, 어느 순간 맛이 없어졌다면 그 분쇄도 이전의 분쇄도로 돌아가면 됩니다. 조금 말이 어렵나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위의 예를 들었던 표로 말하자면, B 레시피의 분쇄도가 아닌 바로 그 전인, A의 분쇄도로 가면 된다는 말입니다.

A 레시피로 탈 때의 분쇄도는 맛있었지만, 조금 더 가늘게 해 B 레시피로 타서 맛이 없어졌다면 바로 전인 A 분쇄도로 세팅해 커피를 추출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 분쇄도를 시간이란 개념을 사용해 정리하자면,

같은 양의 커피와 같은 양의 물을 사용했을 때, 4분이 아닌 2분 안에 물이 다 내려오는(추출되는) 분쇄도로 세팅해 커피를 내리면 됩니다.

 

물론 커피 추출 시간을 결정 짓는 요소에는 분쇄도 말고, 온도, 드리퍼의 모양, 물줄기의 세기(유속)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흔히 추출시간을 컨트롤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분쇄도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첫째 시간에는 커피의 레시피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보았고, 두 번째에는 비율 - 커피와 물의 양의 비율에 대해서 알아보았으며, 세 번째 시간에는 그에 따른 농도와 커피맛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마지막 시간을 통해 여러분은 최종적으로 더욱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 추출 시간을 컨트롤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 보았습니다.

아직 이해가 잘 안 가고 어려우신가요?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내리는 것은 겉보기에는 매우 쉬워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생각 복잡하고 체계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는 그만한 바리스타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조금은 복잡하겠지만, 이 시리즈의 글들을 토대로 평소에 내려마시는 커피를 전문가처럼 조금 더 신경 써 내려보신다면, 전과는 다른 훨씬 더 재미있고 맛있는 커피 라이프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 BACS가 지향하는 바처럼요.

 

 

오늘 역시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나도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 글은, 영상과 함께 여태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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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박스프레소에서 발행한 커피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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