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마신다

커피 숙성 기간에 따라 커피를 내리는 법. 커피 디개싱, 크레마. 본문

커피, 제대로 즐기자/추출 가이드 시리즈

커피 숙성 기간에 따라 커피를 내리는 법. 커피 디개싱, 크레마.

BACS ROASTERY COMPANY 2020. 4. 27. 21:24

 

 

• 맛있게 커피 내리는 법 ,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 집에서 내리는 커피도 맛있게

•커피 숙성 (에이징) 기간에 따라 커피 내리는 방법

•커피 크레마, 아로마밸브의 필요성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에게 커피를 쉽게 알려드리는, Barista's Chocies, BACS입니다. 

 

벌써 4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 데요, 한참 코로나 때문에 시끄러웠던 한 달이었지만 확진자도 점점 줄고 안정되어가는 분위기라 너무나도 다행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평소에 고민하셨을만한 주제를 들고 왔는데요, 바로 커피 숙성 기간에 따른 커피 내리는 법입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본론으로 들어가기전에 먼저 커피 숙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 숙성. 커피 에이징. 혹은 커피 디개싱 (coffee degassing, 가스가 빠져나감)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겠네요. 혹시 로스터리 카페에서 원두를 구매하고 '이 커피는 로스팅 한지 5일 되는 날짜에 가장 맛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나요?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커피 로스팅과 이산화탄소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로스팅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잘익은 커피 체리를 수확해 가공하고, 생두로 만들어 열을 가해 볶는 과정을 로스팅(roasting)이라고 하죠. 생두의 화학적인 성분과 분자구조는 로스팅 내내 열에 의해 변화하게 됩니다. 이 과정 중 이산화탄소가 형성되는데요, 이 이산화탄소는 신선한 커피를 상징하는 크레마(Crema)를 만드는데 일조하지만, 커피 추출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흔히 '갓볶은 커피'가 맛있다,라고 얘기를 하지만 이 표현은 옳은 표현은 아닙니다. 물론 맛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지만, 커피 추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갓 볶은 커피는 커피 안에 내재된 이산화탄소 양이 많아 커피 추출 시 물이 커피 성분을 가져오기 힘들어 효율적인 커피 추출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커피 위에 떠있는 황금색 크레마.

 

 

볶은지 얼마 안 된 커피에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되는 크레마는 커피를 볶으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추출된 커피 오일층에 갇혀 거품의 형태로 떠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기에는 신선하고 맛있어 보일지 몰라도 막상 크레마만 떠서 마셔보면 매우 쓰고 텁텁한 맛이 느껴지죠.

 

그렇다면 커피 추출을 방해하는 이산화탄소는 언제 없어질까요? 정답부터 말하자면 커피 로스팅이 끝난 직후부터입니다.

로스팅으로 인해 형성된 이산화탄소는 로스팅이 끝난 후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면서 커피 추출은 좀더 쉬워지게 되고, 맛은 점점 더 좋아지게 됩니다. 

 

 

뜸들이기 시간에 올라오는 기포들

 

핸드드립을 할때 갖는 '뜸 들이기' 시간도 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기 위함입니다. 커피에 소량의 물을 먼저 부어줌으로써 커피 속 갇혀있던 이산화탄소를 추출하기 전에 먼저 빼내는 것이죠.

Bloom phase 라고도 표현하는 이 과정은 커피가 로스팅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뜨거운 물을 커피에 소량 부어주게 되면 작은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원두를 숙성시켜서 마시는 것이 좋은 것인가?

 

 

이 질문 역시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니다'입니다. 커피는 로스팅이 끝난 직후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기 시작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산소와 접촉해 산화도 시작됩니다. 커피가 산소를 만나 산화되면, 커피의 향미는 날아가고, 커피 추출 시 밍숭 밍숭 하고 별맛 없는 커피가 내려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커피를 원두 봉투에 밀봉해서 보관하는 이유도 이 산화를 막기 위해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로마밸브

커피를 보관하는 원두 봉투(커피 봉투)는 보통 아로마밸브가 달려있습니다. 원웨이 밸브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숨구멍 같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지요. 아로마 밸브가 하는 역할은 간단합니다. 이산화탄소는 배출하고, 산소의 유입은 차단하는 거죠. 이 아로마 밸브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커피의 향미를 더욱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됩니다.

 

최적의 커피 숙성기간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종합하자면,

 

1. 커피는 로스팅 과정을 거치며 내부에 이산화탄소를 형성하게 되고 이 이산화탄소는 커피 추출을 방해해 커피맛이 없게끔 만든다.

2. 이산화탄소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배출되지만 동시에 커피가 산화되기 때문에 커피의 좋은 향미 또한 날아간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처: Clive Coffee

 

 

 

커피 생두와 로스팅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저희 BACS와 같이 미디엄에서 라이트 로스팅을 지향하는 로스팅 스타일은 최적의 숙성기간을 최소 7일에서 최대 18일(2주~3주) 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은 숙성되어야 하고 로스팅한 지 일주일부터 삼주 정도까지 가장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통 라이트 로스팅한 커피는 커피 구조가 단단해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기 어려워 숙성 시간이 길어지고, 다크 로스팅한 커피는 구조가 단단하지 않아 가스가 빠져나가기 쉽습니다.

 

 

숙성되지 않은 커피를 대처하는 방법

그렇다면 로스터리에서 원두를 구매했는데 볶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난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는 커피를 미리 갈아두는 방법입니다. 커피를 분쇄한 채로 놔두면 커피의 향미가 금방 날아간다는 얘기 들으신 적 있죠, 바로 그 점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커피를 마실 분량만큼만 미리 갈아두어 1시간 정도 방치하면 가스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 1일 정도 숙성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분쇄하고 1시간이 분쇄하지 않은 채로 1일과 엇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둘째는 커피 뜸 들이는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핸드드립을 할 때 소량의 물을 부어 커피를 뜸 들이는 시간을 늘리게 되면 그만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겠죠. 에스프레소를 추출할때도 역시 인퓨전(최대 압력까지 올리지 않은 채 낮은 압력으로 커피 퍽을 천천히 적시는 행위)시간을 늘리게 되면 그 시간만큼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어 조금 더 안정적인 추출을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숙성이 오래되어 배출할 가스가 거의 없는 커피를 추출할때는 뜸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번 시간에는 커피의 숙성 (커피 에이징, 디개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커피 역시 다른 요리와 마찬가지로 맛을 내는 데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해 참 까다로운데요, 까다로운 만큼 원리를 제대로 깨우치고 신경 써서 내려주면 더욱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저희 BACS 로스터리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는 (메뉴의 온라인샵) 항상 커피 추출 가이드를 제공해드리고 있으니,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시간 날 때마다 커피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공유하는 BACS가 되겠습니다. 블로그 구독과 좋아요는 저에게 항상 힘이 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위 글은 박스프레소에서 발행한 커피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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