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마신다

후쿠오카 카페 투어 (1) - Rec Coffee 렉커피 본문

내맘대로 카페 투어

후쿠오카 카페 투어 (1) - Rec Coffee 렉커피

BACS ROASTERY COMPANY 2019. 12. 14. 20:18

후쿠오카의 공기는 사뭇 다르다.

 

깨끗하고 밝다. 우리도 예전에는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아쉬움 속에 며칠전 서울에서 우릴 괴롭히던 미세먼지가 새삼 야속해진다.

 

하카다역을 뒤로하고 구글 지도에 의지해서 낯선 길을 나선다.걷기에 참 좋은 곳이다. 주변으로 소박하지만 깨끗하고 정갈한 마을 풍경이 느리게 지나간다. 참 일본 스럽다.

 

전세계 어딜가도 이렇게 친숙하면서도 사뭇 다른 분위기의 낯선 공간의 이중성의 도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는 길목마다 도시 축제가 한창인지 어색하지만은 않은 느낌의 노랫 가락이 들려온다. 우리네 트로트와 비슷한 가락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몇발자욱의 호흡만으로도 기억하기 싫은 과거의 역사를 다른 느낌으로 공유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순간 감성과 이성의 갈등을 자아낸다. 참 질기고 억센 인연임에는 틀림없는 나라이다.

 

한줌 햇살이 나뭇가지에 부서지는 고즈넉한 길옆에 REC Coffee라는 카페가 멀리서 보인다.

커피 공부하는 큰 녀석이 한걸음에 달려가 문앞에 선다. 카페와 동네가 닮아있어 아주 오랜시간 부터 그곳에 그렇게 있었던 착각마저 인다. 조심 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진한 커피향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한국의 골목길에 숨어있는 커피전문점과 많이 닮아있다. 중앙홀 가운데 커피바가 "ㄷ"자 형태로 들어서 있고 주변에 아무렇게나 배치한 듯한 낮은 좌석에 삼삼오오 제법 사람들이 모여있다. 여성 바리스타 두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천천히 공간을 살펴본다.

 

바 중앙에 시네소 커피머신과 메조 그라인더 2대가 우선 눈에 띈다. 다른 한쪽에는 역시나 말코닉ek43이 자리하고 있다. 커피좀 한다는 가게에는 이미 필수품이 되어 버린듯 하다.

 

입구쪽에는 드립백과 커피소품이 소박하게 전시되어 있고 낮은 탁자위 커피서버에 여러잔의 커피가 담겨져 있다. 시음 코너인듯하다. 마련된 종이컵으로 몇모금 마셔본다.

 

대부분의 커피가 기분 좋은 산미가 있다. 스페셜티 커피 품종을 주로 다루는듯 하다.

언젠가 잡지에서 읽은 내용이 떠오른다. 스페셜티 생두 상당부분의 구매지가 일본이라는 내용이었다.

이곳 커피 맛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몇곳의 커피전문점을 찾아 보겠지만 시작이 나쁘지는 않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눈에 띄는 메뉴가 있다. 게이샤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우리돈으로 2만원 정도.나쁘지는 않은 가격이다.

일행과 이것 저것 메뉴를 시켜본다. 귀여운 느낌의 여성바리스타가 일본인 특유의 친절하고 기분좋은 목소리로 주문을 받는다.

 

커피가 나올 동안 어느새 친숙해진 주변의 공기가 부드럽게 우리를 감싼다. 알아들을순 없지만 그곳 손님들의 나지막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이곳 분위기와 어우러져 있어 마치 조용한 음악소리처럼 들린다.

 

걷느라 피로에 지친 다리가 풀릴때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라떼는 바리스타가 직접 테이블까지 와서 라떼아트를 시연해준다. 꽤나 익숙하고 실력있는 모양새다. 우리는 연신 들뜬 아이들 처럼 "아리가또"를 외쳤다. 여행이 주는 가벼운 흥분이다. 라떼 한모금을 마셔본다.

 

적당한 커피의 산미가 우유의 고소함과 어우려져 기분좋은 달콤 고소함을 선사한다. 밀크폼도 적당하고 밀도도 나쁘지 않다. 이곳까지 걸어온 수고를 보상받는 느낌이다. 일본 우유가 우리 우유보다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확신이든다. 이어서 나온 게이샤.

 

조심스레 호흡을 가다듬고 한모금 입에 넣는다.

 

오묘한 산미와 뒷따라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애프터 테이스트.

맛있다.

 

한 잔에 1,620엔... 상당한 가격이다.

도대체 어느 음식에서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오묘한 느낌의 맛을 느낄수 있을까?

 

커피.. 참 매력적이다. 두번째 모금을 들이킨다.

입안에서 천천히 혀를 굴리며 디켄팅해보면서 음미해본다. 적당한 산미, 달콤한 여운, 고소함, 표현하기 어려운 알수 없는 느낌의 향.. 매력적이다. 굳이 흠을 잡자면 로스팅 과정에서 완전한 발현을 못한듯 약간의 .. 아주 약간의 잡맛이 기분좋은 호사를 방해한다. 하지만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스페셜티 품종 몇가지를 로스팅해봐야지 하는 의욕이 생긴다.

 

아리가또, 사요나라 REC.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미리 검색해둔 라떼아트 수상자인 커넥트커피로 발걸음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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