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마신다

내가 가고 싶은 단골 카페. 본문

커피, 제대로 즐기자/일상, 커피 이야기

내가 가고 싶은 단골 카페.

BACS ROASTERY COMPANY 2020. 9. 14. 12:25

 

계절의 흐름을 느끼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분위기를 통해 계절이 바뀌었음을 눈치챕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7시 기상. 원래 같았으면 밤새 더위에 못 이겨 잠을 설쳤어야 하지만 오늘따라 침대와 이불의 느낌이 산뜻합니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은 그 선명도가 남다릅니다.

 

창문을 열어 날씨를 확인해보니 코끝에 느껴지는 공기가 다릅니다. 선선하고 차가운 바람이 들어옵니다. 아, 가을이 왔다는 것을 느낍니다.

고개를 조금 더 내밀어 하늘을 보면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라는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무더운 날씨가 선선하게 바뀌면 하고 싶은게 많아집니다. 날씨가 좋으니 평소엔 생각지도 않았던 산책도 가고 싶고, 좋아하는 재료를 사 갖고 와 집에서 맛있는 요리도 해보고 싶어 집니다.

 

저와 같은 커피 애호가 또한 가을을 놓칠 수가 없습니다.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여름은 따뜻하게 마시기엔 너무 덥지만 가을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라 그런지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과일의 향이 평소보다도 더 잘 느껴집니다.

 

발걸음도 가벼워졌겠다, 카페로 출근하는 길이 평소보다 즐거워집니다. 맛있는 커피를 내어드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손님들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저에게도 집 근처, 혹은 회사 근처 좋아할 만한 ‘단골 카페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단골 카페에서 가을 빛이도는 커피 한 잔.

 

단골 카페. 예전에는 이 단어가 이름만 들어도 설렜습니다.

 

집 근처, 혹은 회사 근처 가까운 곳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될만한 카페.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 나를 알아봐 주는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까지…

 

하지만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이런 ‘단골 카페’ 를 만나기란 마냥 쉬운 것은 아닙니다. 커피 일에 종사하며 커피에 대한 취향이 확고해져, 경험을 위한 카페 투어는 많이 해도 내 입맛(?)과 마음을 붙이고 자주 갈 수 있는 카페를 찾기란 힘들게 된 것입니다.

 

사실 가만히 앉아서 편안하게 카페에 있는 시간을 즐기면 되는데 어느샌가 그 카페의 기계와 커피 원두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무림의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듯, 바리스타는 바리스타를 알아봅니다. 단지 주문만 했을 분인데, ‘커피 쪽 일 하시나 봐요?’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아무래도 주문할 때 같은 업계로써 궁금한 게 많아 너무 많은 질문을 했나 봅니다…

 

그렇지만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의 직업도 바리스타인지라, 새로 알게 된 카페의 직원들과도 공유하는 점이 많아 쉽게 친해지게 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예전엔 손님 - 바리스타의 관계로 카페를 찾아다녔다면, 이제는 바리스타 - 바리스타의 관계로 커피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입장은 바뀌었지만, 어찌 됐건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음 놓고 즐겁게 마실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도 UCL의 바리스타들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아마 생각 이상으로 좋아할 것입니다.


위 글은 USUAL COFFEE LOUNGE 'USUAL MAGAZINE'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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